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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설화 속 악마, 정말 극악무도한 존재일까? '슈텐도지' 전설이 던지는 선과 악의 복잡한 이야기

미키송 2024.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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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많은 이들이 처음 접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모모타로'일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악마를 퇴치하는 영웅 모모타로의 활약을 그린 전통적인 일본 설화로, 선과 악의 대립을 단순하게 보여줍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른이 되어 세상을 조금 더 복잡하게 이해하게 되었을 때, 이 단순한 이분법적 이야기가 전하는 메시지에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과연 악마는 정말로 극악무도한 존재였을까요? 그리고 모모타로의 정의는 절대적인 것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일본의 전통 설화 속 악마 이야기, 특히 '슈텐도지' 전설을 통해 선과 악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한지를 탐구해 보겠습니다.

슈텐도지

슈텐도지: 악마로 전락한 비운의 소년

슈텐도지는 일본 전설에서 악마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존재로 묘사되며, '악마의 왕'으로 불립니다. 하지만 그의 기원에 대해 알려진 이야기를 살펴보면, 그는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비극적인 사연을 가진 인물로 등장합니다.

슈텐도지는 원래 매우 아름다운 소년이었지만, 여러 불운한 사건을 통해 악마로 변했다고 전해집니다. 그 중 하나의 전설은 그가 여러 소녀들에게서 받은 사랑의 편지를 읽지 않고 불태웠고, 이로 인해 저주를 받아 악마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전설에서는 그가 부모에게 버림받은 후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 차 결국 악마로 변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의 전설적 거처는 오에산과 이부키산이라는 두 개의 설이 있으며, 각각의 설화는 슈텐도지가 어떻게 악마가 되었는지, 그리고 그가 어떤 식으로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는지를 설명합니다.

슈텐도지의 마지막: 속임수에 넘어간 비극

슈텐도지는 헤이안 시대에 귀족의 딸들을 납치하여 잡아먹었다는 이유로 퇴치의 대상이 됩니다. 이때 미나모토노 요리미츠는 네 명의 용사들과 함께 슈텐도지를 물리치기 위해 출정합니다. 요리미츠는 슈텐도지를 상대하기 위해 승려로 변장하고, 슈텐도지의 은신처에 접근하여 술을 대접받으며 그의 신뢰를 얻게 됩니다.

슈텐도지는 요리미츠에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습니다. 그는 원래 비에이산에 살았으나, 사이초 대교대사에게 쫓겨난 후 오에산에 정착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슈텐도지는 요리미츠의 동정어린 말에 마음을 열고, 결국 술에 취해 잠이 듭니다. 그러나 요리미츠와 그의 용사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술에 취해 무방비 상태가 된 슈텐도지를 기습해 그의 목을 칩니다.

슈텐도지는 죽기 전에 "악마는 결코 비열한 짓을 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결국 그의 비극적인 운명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그와 함께 있던 부하들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는 이바라키도지였다고 전해집니다.

선과 악의 경계: 전설 속의 복잡한 메시지

슈텐도지 전설은 단순한 악당 퇴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전설은 사실 조정과 원주민 간의 갈등을 상징하는 이야기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당시 조정에 복종하지 않는 자들을 '악마'로 낙인찍어 제거함으로써, 권력을 정당화하고 안정화를 꾀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이야기라는 해석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 전설을 능(일본 전통 공연 예술)에서 묘사할 때, 슈텐도지는 단순한 악당이 아닌 정직하고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는 비극적인 과거를 가진 인물로, 그의 행위는 단순한 악행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복잡한 동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슈텐도지라는 인물을 통해 당시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억압된 이들의 고통과 그들의 관점에서 본 현실을 표현하고자 했을지도 모릅니다.

현대 사회에 던지는 교훈

이처럼 슈텐도지 전설은 단순한 옛날 이야기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도 깊은 교훈을 전해줍니다. 현대의 전쟁, 차별, 권력 투쟁 속에서도 우리는 자주 선과 악을 구분하려 하지만, 그 경계는 여전히 모호합니다. 누군가의 영웅이 다른 이들에게는 악당으로 비춰질 수 있는 복잡한 현실을 떠올리게 합니다.

슈텐도지 전설은 이러한 복잡성을 반영하며, 우리가 단순한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더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함을 상기시켜줍니다. 선과 악, 정의와 불의의 경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이 이야기는, 시대를 초월해 계속해서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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